[알피하논] 어제의 나, 오늘의 너. 내일의 우리
🐰6.0 이후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W.고량주님(@Kaoliang_F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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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월 O일
잘 지내고 있나? 나는 잘 지내고 있네.
갈레말드는 언제나 춥다네. 이슈가르드에 갔을 때도 추웠지만 여긴 거기보다 더 춥다고 생각되고 있어. 이슈가르드의 추위는 익숙해질 수라도 있었지만 갈레말드는 추위가 익숙해지지 않아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라네. 알리제도 갑작스러운 추위는 익숙하지 않은건지 처음엔 춥다며 하루의 반 이상을 웅크려서 덜덜 떨고있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다보니 더워하면서 옷을 얇은걸로 바꿔입기까지 했다네. 참 대단하다니까. 나는 아직도 두껍게 입지 않으면 추워서 못 버티겠는데.
그렇지. 깨진유리 전초지엔 제국의 주민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네. 우리가 찾아가 설득하고 도와준 이들도 있지만 스스로 찾아와준 이들도 많아. 이젠 거처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이 늘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 시드 공이 갈레말의 기술자들을 도와준 덕분에 고장난 난방기도 모두 고쳤고, 청린수의 보급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여전히 우리를 믿지 못하는 이들에겐 갈론드 아이언웍스에서 만든 이동형 난방기를 보급하고 있네. 다행히 이제 추위에 덜덜 떠는 사람들은 없어졌지만 아직 폐허에 숨어지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음 번에는 무장하고 폭주한 기계들을 쓰러뜨리며 폐허를 살펴보기로 했다네. 그들이 두려워하며 더 깊은 곳으로 숨지만 않았으면 좋겠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걸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네가 있으니까. 그리고 리키니아 자매의 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신중하게 선택해서. 반드시 모든 사람들을 구출해내고 함께 공존해보일테니까. 그들을 위해 그 폐허를 다시 일으켜 세워보일테니 말이야.
그러니 그때는 자네도 봐줬으면 해.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게나.
친애하는 벗, 알피노가.
*
X월 O일
잘 지내고 있나? 물론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네. 종말을 상대할때, 혼자 무모하게 나서던 자네이기에 가끔 불안하긴 하지만 헤어질때 분명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으니 믿을걸세. 자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늘은 갈레말의 아이들과 놀이를 했다네. 처음에는 낯설어서 숨어지내던 아이들이 어른은 무서워도 어려보이는 나와 알리제한테는 호기심을 품고 있었던 건지, 오늘 같이 놀자며 먼저 다가와줬거든. 물론 처음에 나는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만… 알리제한테 당해낼수가 없어서 결국 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네.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그래, 이글루도 만들고. 안에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참 따뜻하더군. 샬레이안에도 눈이 온 적은 많지만 이렇게 쌓일 정도로 많이 온 적은 없으니, 처음으로 눈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 그리고 가끔, 샬레이안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쌓였다면. 자네와 이런 놀이들을 할 수 있었을까? 라고. 그런 생각이 들더군. 우리도 이 아이들처럼 활기차게 뛰어놀 수 있었을까. 아니, 분명 뛰어놀을 거라고 생각하네. 자네가 내 손을 잡고 바깥으로 뛰쳐나갔을 테니까. 후후, 상상만으로도 즐겁군.
갈레말드에 온다면 꼭 잠깐만 머무는게 아니라 오래 머물러줬으면 좋겠네.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놀아달라며 떼쓰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놀아주고, 영웅담을 들려주고… 그래줬으면 좋겠어. 물론 나랑도 어울려주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려나.
아무튼 이제 깨진유리 전초지에서는 에오르제아의 영웅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편하게 방문해주게나. 물론 테르티움 역에서는 아직도 경계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깨진유리 전초지에서는 그러지 않아. 아이들이 경계심을 풀고 다가오니 그 부모들이 다가오고, 주변인들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더군. 깨진유리 전초지는 비로소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네. 이 자리는 이제 폐허에 세워진 전초지가 아니라 하나의 마을이 되어갈 것이니 꼭 자네가 봐줬으면 좋겠네.
그 날을 기대하고 있을테니 말이야. 그 날까지, 부디 안전하기를. 자네의 여행을 축복하겠네.
친애하는 벗, 알피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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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월 O일
최근에 기쁜 일이 있었네. 폐허가 된 도심 속에서 생존자를 찾아내었네! 처음에는 그들 역시 우리를 두려워했으나 우리와 함께 있는 갈레말인들을 보고 경계를 풀어주어서 구해낼 수 있었다네. 그 폐허 안에서 상해가는 음식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네. 그들은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참. 그거 말고도 또 다른 희소식이 있다네. 테르티움 역에서부터 사람들이 넘어오기 시작했어. 우리가 조금씩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기분이라 최근에 모두들 기분이 좋아보인다네. 물론 나도 그렇고. 자네가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쉬울 뿐일세. 그래도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으니 갈레말드에 방문해줄 그 날을 기다리겠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말을 줄여야할 것 같네. 요즘 폐허를 일으키기 위해 주변의 기계 병사들과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라서 부상자가 많거든. 폐허에서 발견된 시체나 사상자의 장례 역시 부쩍 늘어나서 정신이 없는 상태야.
이런, 율루스 공이 나를 찾으러 왔군. 자네도 부디 몸 조심하며 지내기를.
친애하는 벗, 알피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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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월 O일
오늘의 갈레말드는 꽤나 시끌벅적했다네. 산크레드와 위리앙제가 찾아와 폐허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폭주 기체들의 파괴를 도와주었거든. 고전하고 있던 기체를 파괴시키며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정말 깜짝 놀랐었지. 반가워하는 것보다 먼저 새로운 적일까봐 긴장부터 해버렸다네. 그래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달라진게 없는 그 여전한 성격이나 모습이나 말투에 우리가 잘 아는 두 사람이라는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네. 하지만 그때는 반가워할 시간이 없었지. 우리가 서있는 곳은 아직 폐허의 전장이었으니까. 안부를 나눌 시간도 없이 우리는 전력을 모으는게 먼저였다네.
만나자마자 전투를 지시하게 된 것은 미안했지만 확실히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료와 함께 싸우니 마음이 편하더군. 많은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움직임, 눈빛, 혹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모든 지시가 가능했고 모두 조율되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멀리 떨어져있어도.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걸세.
너무 잘 맞은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갈레말드 수도의 폐허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가 되었고, 율루스 공을 중심으로 이제 곧 폐허의 정리가 시작될거라네. 분명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해나가서 정리가 끝나면 그들의 터전을 되찾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 나와 알리제는 갈레말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기로 했네.
산크레드와 위리앙제는 달에 남아있는 레포릿들을 돕다가 라비린토스로 가기 전 잠시 들른거라 곧 떠날 거라고 하더군. 그래도 며칠정도는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동안 조금 더 도움을 받을까하네. 전초지의 동료들이 맞지 않는다거나 불편하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동료가 있으면 조금 더 일이 수월해질테니 말일세.
그래서 나는 자네와 다시 합을 맞추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네. 우리는 분명 최고의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따라올 수 없는, 따라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호흡을. 그렇다고 자네와 다시 만나면 또 함께 전투에 참여하고 싶다 그런건 아니지만… 함께 여행하다보면 그렇게 싸워야할 일도 있겠지. 그러니까 내 말은… 나는 자네와 함께 여행을 가는걸 기대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네. …내가 무슨 말까지 하는건지. 아무튼. 자네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네. 그러니 부디, 몸조심하기를.
친애하는 벗, 알피노가.
X월 O일
혹시 길을 가다가 갑자기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노랫소리에 섞인 통곡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그렇다면 자네는 갈레말드의 근방을 지나고 있었다는 거겠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갈레말드에서는 이번 사태로 희생된, 피해입은 이들의 장례절차를 밟아주었다네. 폐허에 버려진 이들을 수습해서, 시신조차 남지 않은 이들은 유품이라도 모아서. 모두 함께 묻고 별바다로 향하는 그들의 새로운 여행을 응원하는 의미로 다함께 묵념하고 다함께 눈물로 그 길을 이었다네.
역시, 그들도 같은 사람들이었던 거야. 당연한 일인데도, 참 인정하기가 어려운 일이지. 그래도 우리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 두 사람.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면 언젠가 모두가 인정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희망을 품어보기로 했다네.
그리고 그 장례식날. 우연히 숙소 옆에 핀 꽃 한 송이를 봤네만 신기하게도 꽃잎이 자네의 한쪽 눈과 같은 녹빛이었다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기했던건 그 꽃이 돌 틈 사이에 피어있던 것도 아니고 새하얀 눈 위에 홀로 고고하게 활짝 피어있다는 것이었네. 물론 눈 위라고 꽃이 피지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갈레말드에서는 눈 위에 핀 꽃을 본 적이 없다보니 신기했다네. 신기하니 그냥 그곳에 두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할까…했지만 왠지 모르게 욕심이 나서 나도 모르게 꺾어와버렸네. 하지만 이 꽃. 보다보면 자네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지는걸. 나의 부적으로 삼기 위해 꺾어와 지금은 책갈피로 만들어 보관 중이라네.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지만 그래도 다음을 위해 영원한 여행을 떠난 갈레말드의 사람들을 보호해주려는 자네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겠네. 그러니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보고, 축복해줬으면 좋겠어.
이제, 작은 소식 하나만이라도 들리면 좋을텐데. 나는 계속 여기 있을걸세. 편지에 짧은 안부인사만 적어도 좋으니. 부디. 자네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라네.
친애하는 벗, 알피노가.
X월 O일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고 편지를 쓰려니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모르겠네.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이해해줬으면 해.
나는 한동안 꽤 바쁘게 지냈다네. 폐허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건물 잔해 밑에 깔린 시신을 발견하게 되어 그걸 수습하거나, 남아있는 기계가 습격해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줘야했거든.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짐을 정리하고 나눠주는 일 때문에 제일 바빴다네.
얼마 전에 발데시온 위원회가 갈레말드에 방문해주었네. 돌의 집에 남은 물건들을 각자에게로 돌려주는 겸, 물자 보급을 하기 위해서 말이야. 특히 새 옷이나 새 신발, 장갑 같은… 의류가 가장 많았다네. 안 그래도 아직 옷을 주기적으로 세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복구 되지 않아, 다들 의류 문제로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딱 좋은 시기에 와주어서 다행이더군. 갈레말드의 사람들도 모두 고마워했네. 예전엔 서로 야만족, 제국인. 그렇게 부르며 서로를 미워했었지만. 이렇게 보급되는 물자를 즐겁게 나누는 모습을 보면 그 벽도 거의 허물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이 벽을 무너뜨리는 일에 큰 역할을 맡았던 자네가 이 모습을 봤어야했는데… 후후. 바쁘긴 했지만 이런 모습들을 보고있으면 힘들다는 사실도 잊을 수가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또… 이건 개인적인 일이었네만, 한동안 적막한 폐허 거리를 돌아다니며 옛 일을 회상하는 율루스 공의 말동무가 되어줬다네. 모두 무너져 내렸음에도 모든 건물을 알아보고 설명을 해주더군. 무너진 건물 앞에서 잔해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율루스 공의 얼굴에는 행복이 담겨있었네. 그 모습을 보니, 그는 이 나라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고 있구나… 싶었다네.
그리고 혹시 나도 옛 일을 떠올릴 때, 율루스 공과 같은 얼굴을 하진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게 되었네. 왜냐면 쿠루루 선배가 가져다준 짐 속에서 그 비술책을 발견하게 되었거든. 우리가 샬레이안 마법대학에서 처음 만나고 함께 공부하던 때 썼던 비술책말일세. 펼쳐보니 웃음 밖에 나지 않았어. 어린 시절의 우리는 참… 글씨를 못 썼구나 싶기도 했고. 너무 빼곡하게 쓴 나머지 책의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데 이런 책으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었던거지 싶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내용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력했구나 라는게 보여서. 어릴 때의 너와 나는 이렇게 함께 노력했구나 라는게 아주 잘 보여서 기뻤다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의 너와 나는… 참 즐거웠지. 지금이 싫다는건 아니야. 하지만, 가끔은 그립다네. 그 시간이.
만약, 만약이지만. 이 나라에 생긴 크고 작은 문제들이나, 종말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샬레이안 마법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했을까. 그때도 함께 있을 수 있었을까? 자네는. 너는… 내 옆에 있어줬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네.
…이런 생각은 자네가 지금 내 옆에 있기를 바래서 하는 거겠지. 그 비술책 냄새가 나면 자꾸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자네와 함께하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네. 언제나 내 옆에서 힘을 주고, 밝게 웃어주던 네가…
나도 많이 지친 것 같군. 이러면 안되겠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내게도 이렇게 숨 돌릴 시간은 필요하니까.
자네는 지금 어디 있는 건가. 나는 여기에 있는데.
그때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떨어져있어야하는건… 외로우니까…
X월 O일
오늘은 큰 사고가 있었다네. 하지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음, 사실 큰 사고까지는 아니고 작다고 하기엔 조금 소란스러운 정도였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청린수 탱크가 그냥 일반 깡통인 줄 알고 발로 차고 놀았다더군. 한 아이가 그걸 발로 찼을때 빈 나무상자로 날아갔는데 빈 나무상자와 부딪히는 순간, 그게 폭발해버렸다네. 분명 안에 내용물이 남아있던 거겠지. 다행히 아이들은 깜짝 놀라서 폭발한 순간에 울며 도망갔고, 그 현장 근처에 있던 나와 알리제가 수습할 수 있는 어른들을 모아 현장을 빠르게 잡아서 피해는 없었네.
아이들은 혼내지 않았네. 아이들이 청린수 탱크를 어떻게 알겠나. 이건 부주의한 어른들의 잘못이었다네. 아이들은 혼나지 않은 대신, 알리제와 약속을 했다네. 공놀이가 하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와서 공을 받아가라고. 그래서 이번 일이 그냥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걸세.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만 있는게 아니네.
자네는 청린수 불꽃을 본 적이 있나? 여행 경험이 많으니 한 번쯤은 본 적 있으려나. 나보다 더 많이 봤을지도 모르지. 만약 본 적이 있다면. 그 불꽃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었나? 위험한 상황일때 봤기에 위기감이 들었을 수도 있고, 불꽃의 색에 아름답다 느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따뜻하다던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불꽃에서부터 설렘을 느꼈다면 자네는 어떻게 반응할건가? 이상해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정말 그랬다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할건 네가 생각나서… 라는 말 밖에 없네. 나무 상자에 번지는 청린수 불꽃이 너무도 맑고 푸르른 빛이어서, 자네와 다시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났다네. 나를 바라보던 그 맑고 투명한 푸른 눈동자가 생각난걸세. 나는 자네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불꽃과 같은 그런 번짐이 항상 있었으니까.
마주친 시선은 불씨가 되어 내 가슴 속에 떨어지고, 떨어진 불씨는 이내 뜨겁게 달아오르며 튀어올라 나를 그 불꽃에 휩싸이게 만들고는 했다네.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게 그리도 어려웠지. 자네의 푸른 눈동자는 불꽃이 되어 내 길을 밝혀주기도 하고, 나를 격려해주기도 하고, 나를 뜨겁게 불타오르게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달아오르게 만들기도 하고, 잔잔하게 일렁거리며 내 가슴 속에 언제나 온기를 채워주기도 하고. 푸른 불꽃 그 자체가 아닌가. 그래서 비슷한 것을 보니 자네 생각이 나 익숙한 설렘의 감상이 먼저 찾아왔다네.
청린 불꽃은 그대로 두면 위험하니 꺼버렸지만, 자네 생각에 타오르기 시작한 마음 속 불꽃은 아직까지도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네. 이런 나를 놀려도 좋으니 한 번만. 갈레말드에 방문해주거나 자네의 거점을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건 조금 억울하거든.
너를 기다리는, 알피노가.
X월 O일
자네는 옛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나? 다들 걱정이 많은 것 같네. 나와 알리제는 물론이고, 다른 새벽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일세. 세상을 구한 영웅님이기도 하고,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이니 소식이 없다는걸 이해하면서도 이렇게 오랜 기간 연락이 닿지 않는건 처음이니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네. 우리들이 각자 향한 행선지를 알고 있으니 편지라도 한 번 보내주면 좋겠지만 자네도 자네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거겠지. 그래. 이런저런 일들을 잔뜩 즐기고 다시 만난 날, 자네의 여정을 들려주게나. 기대하고 있을테니 말이야.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가끔은 자네의 모습이. 흔적이. 그리워지니.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만을 바란다네.
너를 그리워하는 알피노가.
X월 O일
이 편지를 쓰는 지금의 시간은 아직 동트지 않은 새벽이라네. 요즘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거인지, 잠이 깊게 찾아오지 않아 결국 이 새벽에 눈을 뜨게 되어버렸다네. 다시 잠을 청하기엔 정신이 번쩍 들어버려서 지금은 설원에 나와있지. 나는 지금 마물 때문에 폐쇄된 역에 앉아 이걸 쓰고있네. 그래도 위험하지는 않아. 해가 뜨기 직전이라 주변이 어둑어둑해서 마물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고, 이 역에 들어와서는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와있으니까. 다 무너진 건물이라 이런 말을 하는게 좀 이상하지만, 이곳은 경치가 좋다네. 넓은 설원이 한 눈에 다 보이거든. 다음에 자네가 갈레말드에 방문한다면 이곳을 안내해야겠군. 여기에서 함께 해뜨는 모습을 보아도 좋을 것 같네. 분명 아름다울ㅌ
…세상의 모든것은 어째서 자네를 떠오르게 만드는 걸까. 세상의 중심이 너인 것만 같은 느낌이야. 아침해를 비추는 눈의 색이 밀색이라니, 이런 광경을 보면 너를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나. 한동안 정말 노력했네.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쉼없이 떠오르는 너를 잠시만 잊어보려고. 싫어졌다던가 그런건 아니야. 그냥…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그런거였네. 내 주변 모든 것들이 너를 떠오르게 만들고, 추억하게 만들고, 그리워하게 만들어. 그러면 나는 감정에 집어삼켜져서 무의식이 원하는대로 자네를 생각하느라 내가 해야할 일을 자주 잊어버렸거든. 그럴때마다 나는 모든걸 다 던져버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었네. 자네를 찾기 위해서 말이야. 옆에서 함께 웃고, 새로운걸 알아가고, 새로운 지역을 보고, 예쁜 풍경에 감탄도 하고, 함께 싸우며… 그렇게 매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지. 그래서 열심히 참아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모든 현상들이 내게 계속 너를 보여주는데 어떻게 참겠나. 지금도 그래.
나는. 지금 네가 보고싶어………
하아… 얼어붙은 한숨을 끝없이 뱉어내며 편지에서부터 펜을 떼낸 알피노는 지금까지 자신이 써내려온 내용을 엄지로 쓸어내려보았다. 편지를 쓸때 깊게 고민했다는 증거라도 되는 듯, 문장 사이사이 새겨진 크고 작은 잉크 얼룩과 떨리는 마음을 대변하듯 떨림을 그대로 담아낸 삐뚤빼뚤한 글씨. 감정이 온전히 담긴 진심. 알피노는 살짝 벌리고 있던 입술을 꾹 닫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편지를 옆으로 치워버렸다.
결국 이 편지 역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수신인과 수신지를 적지 못해서 방 한켠에 쌓여있는 두루마리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종말의 사건이 해결된 이후. 새벽의 혈맹이 명목상 해산을 하고 각자의 꿈을 이루는 길을 걸어나가기 위해 희망의 여로 입구에 섰던 그 날, 하논은 자신이 보지 못한 더 넓은 세계를 보고싶기도 하고 아직 힘이 필요하다며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뭐가 그렇게 숨기고 싶은건지, 한번 계획하면 왜 그렇게 혼자 달려나가버리는건지. 호기심의 자극이 심할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홀로 떠나는 버릇은 예부터 그랬었다.
변하지 않았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떠나가도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고 그들의 뒷모습을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두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함께 갈레말드로 가지 않겠나?” 한 마디를 꺼내봤자 나중으로 미뤄지게 될거라고. 알피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목구멍 가득 차올랐던 본심은 그냥 꿀꺽 삼켜버리고 웃는 얼굴로 “조심히 잘 다녀오게. 자네의 여행이 무사히 마쳐지기를.” 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옆에 있고 싶었던 주제에.
고작 몇 개월 전의 자신일 뿐이지만 그 시간동안 몇 개월이라도 자기 자신에게 본심을 드러낼 수 있을만큼 성장한 알피노는 그때의 자신을 자주 책망하곤 했다. 같이 있어달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고 포기하지않고 첫번째 목적지라도 물었으면 이렇게 바보같이 편지를 쌓아두고 자신이 쓴 편지를 읽으며 그리워하는 일 따위, 없었을텐데.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주먹으로 꾹 누르며 알피노는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뱉었다. 지금와서 후회해봤자 바꿀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미련함이 한심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길게 뿜어지는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던 숨이 조금씩 사그러들어가자 알피노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유리창 없는 창문 너머로 드넓게 펼쳐진 빙원을 바라보았다.
산 너머에서 어슴푸레하게 빛을 비추던 해가 완전히 떠서 그런지, 밀색 눈밭 같은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빙원은 새하얀 빛으로 번쩍거리고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그 풍경을 초점없는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알피노는 더 늦었다간 알리제에게 혼날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얼어붙은 바닥 위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그리고 한 발자국 떼어 내려가는 듯 했던 그는 그대로 벽을 짚은 채 가만히 서있다가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알피노가 앉아있던 그 자리에는 그리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날아가지 말라고 돌로 눌러둔 양피지 하나가.
그리움은 남기고 떠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방금 썼던 편지를 두고 가려고 했는데 자꾸만 가슴을 콕콕 건드리는 그 작은 미련이 그의 발을 계속 이곳에 묶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러물고 푸른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가며 고민하던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알피노가 떠나간 그 폐쇄된 역 2층 벤치 위에는 조그마한 돌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움도 결국 자신의 감정이고, 그녀를 향한 사랑이니 끌어안고 가겠다는 알피노의 선택을 알리듯이 말이다.
*
하아… 오늘도 어김없이 뿜어져나오는 새하얀 연기는 살벌하게 부는 바람을 타고 빙원 위로 희미하게 퍼져나간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듯 안락하고 따뜻한 집을 떠나 드넓게 펼쳐진 눈밭을 향해 날아가다가 이윽고 사라져버리는 연기를 두 눈으로 쫓아가던 알피노는 붉어진 눈시울이 오늘따라 유독 더 시리다고 느껴져서 결국 눈을 꾹 감았다.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리움에 대한 후회로 밤잠은 설치고, 몸 안의 물이 전부 눈으로 모여든 것처럼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열심히 쓴 편지는 이제 읽을 수 없게 되었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그녀와의 추억에 우선순위를 바꾸고 찾으러 가면 되는거 아니냐며 일어나는 충동에는 맞서 싸워야하는.
하.
알피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할지 방법도 찾지 못한채. 무너진 건물과 죽은 나무 밖에 없는 이 드넓은 빙원 위에서 짧고 굵은 한숨만 푹푹 내쉬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초라하다 느끼고 있었다. 분명 지켜주겠다고 했고, 언제나 옆에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딘가에 묶여있지 못하고 온 세상을 환히 비추는 태양처럼 자유분방한 그녀와 자신은 길도 목적도 달랐기 때문에 그건 그냥 허울뿐인 약속이 되어버렸다. 자기 자리를 떠날 용기도 없으면서…
으으으 앓는 소리를 뱉어내며 애써 정리한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리며 괴로워하던 알피노는 위잉, 윙 울리는 링크펄을 꺼내들었다. 어디에서부터 온 연락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빨리 돌아오라는 알리제의 연락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알리제인가? 금방 들어갈테니…”
[알피이~! 뒤~!]
한숨을 푹 내쉬며 기죽은 목소리로 수신한 링크펄 너머에서는 아주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피,라는 자신만의 애칭으로 부르는. 그 산뜻한 목소리. 다시 한번 자신에게 벅차오르는 설렘을 안겨주는 사람의 목소리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의 끝이 될 사랑하는 사람.
벅차오르는 감정에 참지 못하고 눈물이 쏟아지기라도 할까봐, 버릇처럼 입술을 꾹 깨물며 필사적으로 그 설움을 참아내고 뒤로 돈 알피노는 두꺼운 옷을 꽁꽁 싸맨채 저 멀리에서 크게 손을 흔드는 그리운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정의 격동을 불러일으키고는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설원의 밀색, 태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자리잡은 꽃의 녹색, 잠잠하던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불타오르게 만든 불꽃의 청색. 그 모든 것을 가진, 자신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의 모습.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건지 양뺨과 코가 전부 새빨갛게 얼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헤헤 웃는 저 천진함에 안정감을 느낀 알피노는 피식 웃어보이고는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제 목에 두른 목도리를 풀었다. 추운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잠깐정도 버티지 못할리가 있겠나. 긴 목도리를 그녀의 목에 걸고 얼어붙은 뺨과 코를 덮듯이 빙빙 둘러 매준 알피노는 따뜻하다 중얼거리고 헤헤 웃으며 자신의 품에 안겨오는 하논의 행동에 활짝 웃어버렸다.
역시 옆에 있어야하구나. 이렇게 만나기만 해도 행복한데, 도대체 떨어져있을 때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 건지. 이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었던 건지. 그녀를 꽉 끌어안아 제 품 속으로 깊이 집어넣던 알피노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결의의 눈을 들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건가. 추운데 목도리도 하지 않고”
“으응, 깨진 유리 전초지에 도착했을 때, 알리제가 알피노라면 설원에 나와있을 거라고 해서~ 에메랄드의 도움을 좀 받았지! 알피를 만날 생각에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외투만 입고 뛰쳐나와버렸어!”
“그런가… 나도, 나도일세. 너를 만나서 기뻐. 하논. 여행은 즐거웠나?”
“응! 무척! 잊혀진 유적도 가보고, 수몰된 도시도 가보고, 넓~은 초원도 가보고! 그치만 역시. 나 알피가 없어서 아쉬웠어.”
“그래? …그럼, 나도 너의 여행에 함께 할까? 또 어딘가로 갈거라면 말이야”
“으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알피는 여기 있어줘. 알피가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알피의 있는 그대로가 좋은걸?”
있는 그대로? 알피노가 그렇게 되물어오자 알피노의 품에서부터 살짝 벗어나 그와 얼굴을 마주한 하논은 두 손으로 알피노의 뺨을 감싸쥐었다. 하논의 손과, 알피노의 뺨. 두 사람의 맞닿은 피부는 너 나 할 것 없이 차게 얼어붙어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맞닿은 순간, 차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다고. 알피노는 생각했다.
“노력하는 알피가 좋아.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알피노가. 그러니까, 무리해서 나를 따라오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그렇군. 하논. 자네는 또 어딘가로 떠날 생각인가? 연락도 한 통 없이?”
“에헤헤… 항상 돌아다니다보니 고정적인 숙소가 없어서 그만…”
“하논. 나는, 자네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네. 자네가 없는 동안. 나는 자네를 그리워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어서 괴롭고, 너무 힘들었거든. 떠나가면 이 뒤는 어떻게 버텨야할지도 모르겠어. 네가 떠나간 뒤의 그 시간을 나는 혼자 보낼 자신이 없네. 그러니… 왜, 왜 웃는건가!?”
지금껏 꾹꾹 눌러담기만 하고 한번도 꺼내 보여준 적이 없었던 자신의 감정을, 본심을. 곤란하다는 얼굴도 아니고, 화난 얼굴도 아니고, 놀란 얼굴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쿡쿡 웃는 얼굴로 듣고 있는 하논의 모습에 결국 부끄러움이 터져버린 알피노는 얼굴의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새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알피가 너무 귀여워서! 나 어디 간다고 한 적 없는데?”
“뭐, 그럼… 여기 남겠다는 건가!?”
“응! 계속은 무리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당장 알피가 옆에 없어서 힘든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에메랄드와 여행하는 것도 즐겁지만 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들을 알피와 함께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알피와 같이 있고 싶고, 알피가 보는걸 나도 같이 보고싶어! 그러니까. 알피의 일이 끝나면 그때는 우리 같이 여행을 떠나자!”
아아, 결국 마지막까지 멋있는건 모두 뺏겨버렸네. 그 한마디의 끝에 자신만 이렇게 힘들어하고, 자신만 그리워한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어 알피노는 결국 참고있던 감정을 터트리고 말았다.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다가 결국 지저분하게 한데 섞여버린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만들어낸 형태는 다름아닌 눈물이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자신의 한심함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벅차오르기도 하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지저분한 것을 다 담은.
“고맙네… 고마워, 하논. 정말 좋아해.”
“응, 나도. 나도 알피를 좋아해”
“…자네에게 꼭 주고싶은게 있어. 받으면 아마 놀랄걸세. 받고나서 나를 놀려도 좋으니 꼭 읽어줘.”
“응! 당연하지! 놀려도 좋다는 말 취소하기 없기야~?”
“물론이지.”
내일의 우리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
어제의 그 순간. 그 그리움을 두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알피노는 그렇게 생각하며 품 안의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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