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하논] 소중한 시간을 너와 함께 약속해
하논은 뾰루퉁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 시간이, 그러니까, 벌써 - 네 시야. 우리가 데이트하기로 한 시간은 두 시인데 ! - 자신의 ‘남자친구’ 라고 하는 작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잘난 그의 더듬이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다. 연락도 받지 않고, 심지어 늦어진다는 문자 하나 없었다. 진짜, 이 사람, 오기만 해봐 ! , 얌전히 그를 기다리기엔 햇볕이 너무나도 따사로운 여름이었고, 목은 점점 타들어 갔다.
알피, 진짜 오기만 해봐!, 아니 차라리 그를 기다리는 게 잘못된 건지. 정말 어디서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슬 드는 시간이었다. 보통 제 연인이 이렇게 까지 늦는 사람이었나?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이었나 ..? 제가 알던 알피노는 평소에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지도, 말도 없이 약속을 깨는 사람도 아니었었다. 혹시, 정말, 나쁜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
“하논, 그 .. 정말 미안하네. 그게 … -”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 하논이 그렇게 기다리던 ‘그’였다
어디서 대체 뭘 하고 온 거야, 알피 - 하고 하논이 고개를 돌렸을까. 그곳에는, 차마 하논이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이, 아니 예상치도 못했던 모습의 ‘그’가 서 있더라.
“그, 그게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갑자기 이렇게 성장해서.”
“아, 알피이 …? ”
하논이 기다리던 알피노, 그러니까, 평소의 알피노 보다 어째 .. 조금 더 어른이 된 듯한. 성숙한 알피노가 곤란하단 듯이, 우물쭈물, 하논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엘레젠은 어느날 갑자기 쑥 쑥 성장한다고 듣긴 들었는데, 그게 저 정도였나?. 그게 아니면, 무언가 이상해진 것인지. 하논은 알피노를 - 목이 빠져라 올려보다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무래도 또래 여자 아우라보다 키가 작아, 평소에도 알피노를 올려다보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알피노를 바라봐도, 그건 알피노도 마찬가지인지. -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하논을 바라보고 있더라. 그러니까, 알피, 언제 이렇게 커 진거야 ..?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 이상한 꿈을 꾸고 나서 그렇게 ..”
“이상한 꿈을 꾸고 나서 그렇게 갑자기 키가 커버렸다구 ..? 설마..”
“…. 그런 이상한 꿈은 아니네! - 꿈에 하논이 나오긴 했지만, 뭔가 그리운 분위기의 .. 꿈이었어.”
꿈에서 하논이 나와, 자신을 따듯하게 안아주었다고. 그 이후로 눈을 떠보니, 갑자기, 자신이 이렇게 - 키가 잔뜩 커진 엘레젠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꿈에? 내가? 대체 꿈에 자신이 나온 것과 알피노가 성장한 게 무슨 연관이 있는지. 하논도 당황스러웠지만, 제일 당황스러워 보이는 건 제 앞에 있던 알피노, 당사자였기에. 그저 고개를 도리질 친다. 그럼, 옷은 어떻게 한 거야? 어쩐지 평소와 입는 옷 스타일도 다른데 ..
“옷은, 그 그러니까.. 급하게 에스티니앙 공의 옷을 좀 가져왔다네. 아무래도 이제 키가 비슷해졌으니.. ”
“엑, 에스티니앙 씨는 뭐라고 했는데?”
“..알피노, 오랜만에 보니 더 성장한 것 같은데. 라고 하더니 … 그 뒤로 별말 없이 제 옷을 빌려주더군. 하하, 바로 어제 .. 만났는데 말일세”
“…….에.”
황당한 얼굴로 하논이 알피노를 응시했을까, 알피노도 갑자기 성장한 자신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지, 하논의 눈을 피하더라. 하논도 그저 어색이 알피노를 훑을 뿐이었다. 언젠간 성장할 알피노였고, 또 자신들이었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은 몰랐다. 이렇게 보니, 알피노도 역시 엘레젠인가. 싶기도 하고. 키도 커질 뿐 만 아니라, 손도 커지고 .. 또 …
“….웃..!”
“..하논?”
갑자기, 이렇게 커지니까, 마치 알피노가 아니라.. 그, 남자 같잖아..!
물론 알피노는 남자가 맞았다. 하지만, 제 남자친구의 - 애인의 , 갑작스럽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이렇게 갑자기 커진 모습을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달까. 저 덩치로, 하논, 하논 하며 자신을 따라오는 알피노를 상상하니, 그러니까. 좀. 설레어와서 ..
물론 평소의 알피노가 설레지 않았다거나, 싫다는건 전혀 아니었다. 평소의 알피노의 모습도 항상 설레고, 좋고, 그래왔지만. 이렇게 덩치가 커진 알피노는 또 새로웠던 것이다. 하논이 얼굴이 붉히자 괜히 따라 알피노도 얼굴을 붉혀오며 하논의 볼을 감쌌다. 평소보다 더, 작아보이는 하논. 한 손 안에 들어오는 그녀의 볼. 하논만큼이나, 부끄러운 건 알피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그러니까. 우리, 데이트.. 를 갈까? 그것 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빨리 나온 거라네. 알피노가 먼저, 그 긴 정적을 깨었다.
“예약한 식당은 .. 시간이 다 , 다 지나버린 것 같은데. 어쩌지 …”
“이런, 이건 내 탓이니... 그래, 그 대신 지금 갈 수 있는 곳이라도 급하게 찾아보겠네. 그건 어떤가? ”
그래, 하는 수 없지.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하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니, 알피노는 피식 , 웃음 지으며 하논에게 제 손을 내밀었다. 하논, 그래도 이렇게 변해버렸지만. 온 힘을 다해 그대를 에스코트 해줄 테니. 알피노의 대사에, 하논은 베시시, 웃으며 ‘역시 알피, 겉모습은 변했어도 속은 안 변했구나?’ 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
“그래서, 데이트할만한 곳이 여기야?”
“그, 그 어쩔 수 없었다네 ..! 그래도 하논, 그대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았나.”
사실 책을 읽는 것 보다, 너와 함께하던 그 시간을 좋아했던 건데.
그래, 무슨 상관인가. 하논은 수많은 책을 보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데이트라고 도서관에 자신을 데려오는 남자는 이 남자밖에 없을거야. 알피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처음에 사귀고 나서도, 유난히 감성적인 자신과 이성적인 알피노 사이에선 잦은 다툼이 있었다. 적지만, 살아온 시간의 차이와, 살아온 배경이 그 둘 사이에서 여간 큰 것이 아녔었어. 또 둘 사이의 ‘공백기’ 동안 둘이 걸어온 길은 너무나도 달랐었어. 결국,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서로를 더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의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함께 성장할수록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해주고.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성장’ 이었으니까. 하논은 갑자기 생각나는 옛 기억들에, 살포시 웃었다.
“하논? 이 책은 어떤가. 우리가 예전에 자주, 같이 읽었던 책일세.”
“하핫, 에테르 기초학이야? 우리는 이미 경지에 오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읽어볼까?”
어릴 때 저 책을 읽으면서, 살풋 닿아오는 손에 나, 그렇게 알피를 의식했었는데!
알피노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따라 얼굴을 붉혀왔다. 이내, 하논의 손을 깍지 껴 꼭 잡아오더니. 나머지 한 손으론 침착하게 책을 펴오더라.
“그, 이제는 … 손을 꼭 잡을 수 있지 않나. 그때는 나도, 많이 그대를 의식했었으니.”
하논, 지금은 너와 이렇게.. 연인이니까.
이내 알피노는 하논의 손등에 짧게 입 맞췄다. 알,알,알피노! - 어째 성장한 엘레젠이 되더니, 스, 스킨쉽도 … 이런 멘트도 스스럼없이 하는지! 성장하더니, 깡도 성장한걸까. 하논은 토마토처럼 제 얼굴을 붉혀오면서 말도 차마 잇지 못하는지, 어버버 거리더라. 그걸 보는 알피노도 따라 부끄러워졌다는 듯,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알피노가 하논을 빤히 응시했다. 이렇게 성장한 모습의 알피노는 대략 3년 후 쯤의 알피노일까. 높아진 콧대, 그리고 긴 속눈썹. 깊은 눈. - 모든 이성들이 탐낼만한, 그런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 웃, 하논이 살짝 눈을 피했을까. 알피노는 이내 하논의 허리를 제 팔로 감싸와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유난히 작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 아이가, 자신을 의식하고 부끄러워 하는게 오늘따라 더 눈에 보여. 안아주고 싶었다. 사실 아까 만날 때부터,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아이를. 실컷 사랑해 주고 싶었다.
자신이 성장하면, 분명 하논과는 이런 느낌이겠지. 한손에 들어오는 하논의 볼을 쓰다듬다가, 이내 얼굴을 잡고 하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외설적인 소리와 서로의 타액이 오가고, 하논은 잠시 숨을 몰아쉬다, 이내 다시 알피노에게, 더 원한다는 듯이 입을 맞춘다. 하논의 혀가 알피노의 입술을 툭, 건드려 알피노는 하논을 수월하게 받아들였고. 다정하고, 또 부드럽게 감싸며 알피노는 하논을 책상에 살짝 눕혔다. 눈을 꾹 감은 하논이 벅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살짝, 눈을 떴을까. 자신의 시야에는 한 눈에 들어오는 알피노가, 알피노가 -
“으, 웃, 알, 알 , 알피이 - ? ”
“무, 무슨 일인가, 하논 ! ”
… 붉어진 얼굴의 알피노가, 그러니까 원래대로 . 돌아와 있었다.
알, 알피. 원래대로 돌아왔어! - 라고 하논이 당황하니, 알피노도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매만진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옷도 많이 커진 것 같고. 바지도 .. 곧 흘러내릴 마냥. 많이 커졌는데. 설마, 하논과 입맞춤을 했다고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자신이 하논의 꿈을 꾸었을 때 변한 것과 관련이라도 있을까?. -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들더라니, 어릴때 추억에 장소에 온 것도. 어쩌면 우연은 아니었나 보다.
잠시 알피노가 앞에 있던 하논을 잊고 생각에 몰두했을까, - 하논은 알, 알피! 라며 다급하게 알피노를 불러. 알피노가 번뜩, 하논을 바라보았다. 잔뜩 흐트러진 옷 매무새와, 부끄러워하고 있는 하논. 이건, 그러니까 - 자신의 만든 거긴 한데. 그 . 알피노가 따라 당황스러워 토마토마냥 얼굴을 붉혔을까, 하논은 그, 그, 다행이다! 라며 , 횡설수설하며 말을 돌려오더라.
“저.. 하논.”
“돌,돌아와서 정말, 정말 다행이야 알피!”
“….. 입맞춤은, 이어서 해도 괜찮을까?”
알피노가 하논의 볼을 감싸온다. - 어른일 때보다 작어진 손. 자신과 맞춰진 시야 - 지만, 여전히 따듯해. 마치, 자신이 알던 알피노가 맞다는 듯이. 하논은 눈을 감아 알피노의 손에 자신의 손을 덧대었다. 하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알피노는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다. 이 이상은 .. 그러니까. 나중에 해도 괜찮겠지. 하논. 아직 우리의 시간은 많고, 자신은 쭉 그녀의 곁에 있을 테니.
- 앞으로의 시간도. 영원히 너와 함께있기를.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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